'잠시 멈춤' 이젠 서서히 안녕…일상으로의 초대
양양 해변여정-초록바다, 철썩이는 파도, 아이들 웃음소리, 이것이 일상
그동안 가슴 조여 왔던 코로나 일상에서 벗어나 이젠 삶의 일상으로 복귀를 할때다. 동해 하조대스카이워크를 찾은 여행객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짙은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양양 해변을 뛰노는 아이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하조대에 있는 새하얀 무인등대, 최근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퍼들의 천국 양양 하조대해변에 있는 서피비치
하조대둘레길
낙산사 의상대
하조대 스카이워크 전망대
끝날 것 같지 않던 큰 싸움이 한 차례 지나갔습니다.
점차 수그러지는 추세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금씩 희망이 느껴집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입니다. 고강도로 진행된 잠시 멈춤은 끝이 났습니다.
이젠 방역과 일상생활,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준비할 때 입니다.
신록의 유혹은 날로 짙어지고 있는 이때 눌려 지내던 사람들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문을 닫았던 휴양림과 수목원 등 야외시설들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황금연휴에는 여행에 목말랐던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이나 멀리 제주도까지 다녀들 왔습니다.
코로나19에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회복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은 아닙니다. 여행지에서도 거리두기와 마스크는 꼭 지켜져야 합니다.
여행만리는 그동안 가슴을 조여 왔던 코로나19에서 잠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고 소리 질러볼 수 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바다와 새하얀 백사장, 바다를 불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명소도 많습니다.
바로 강원도 동해안 7번국도변 중에 가장 바다와 가까이 접해있는 양양입니다.
하조대를 비롯해 낙산사.
하조대 둘레길, 고래사냥 촬영지인 남애항, 서퍼들의 천국 서피비치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양양 최고 명소 하조대와 새하얀 무인등대 그리고 해안 둘레길
양양 바다는 동해안의 상징 7번 국도와 가장 근접해 있다. 해안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찾아가야 하는 타 지역과 달리 거의 모든 구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양양은 설악산 대청봉을 등 뒤로 두고 앞으로는 동해의 푸른 바다를 내다보고 있어 예로부터 빼어난 경관으로 이름이 높았다. 조선 태종때는 도호부가 설치됐을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다.
양양IC를 나와 먼저 하조대(명승 제68호 국가지정문화재)로 방향을 잡는다. 조선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은거한 곳으로 그 둘의 성을 따서 명명한 바다전망대다. 오래 전부터 해돋이 명소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언급해 기록을 남겼을 만큼 명성이 높다.
하조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답다. 사실 아름답지 않은 동해안 풍경은 없다. 기암절벽 바위 위에서 자란 소나무,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 완만한 해변, 수백 년 우거진 송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해 뜨는 광경. 알면 알수록 양양의 바다는 즐겁다.
전망대 맞은편에는 무인등대가 서 있다. 해송과 바위 사이로 이어진 계단에 오르면 뱃길을 비추고 인도하는 등대를 만난다. 최근 소나무와 어우러져 소위 갬성 사진의 포인트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등대 계단에 올라보거나 소나무에 살짝 가린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은 필수다.
하조대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하조대해변이다. 해변 아래쪽 바위봉우리에는 등대모양의 스카이워크전망대가 있다. 거센 바람에 층층이 포말을 그리며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와 설악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바닥 일부는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걸을 때마다 스릴감을 더한다. 전망대 끝에서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팔을 벌리면 오롯이 저 푸른바다를 품에 담아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 아래는 지난해 봄에 개장한 하조대 둘레길이다. 동해안의 융기가 빚어낸 기암괴석을 뚫고 수 백년을 자라 우뚝 솟은 소나무들을 보며 걷는 길이다. 해안쪽을 따라 조성해 그다지 길지 않다. 테크는 고작 300m가 채 안된다. 천천히 걸어도 왕복 20분이면 충분하지만 느낌은 길고 강렬하다. 걷다보면 절벽에 꼿꼿하게 곧추세운 수령 200년에 달하는 보호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둘레길 끝은 군부대휴양소와 해변이다. 주민들은 군부대를 지나 하조대 정자가 있는 곳까지 약 3km의 해안길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찾은 날은 둘레길 보수공사로 인해 임시폐쇄 되어 있어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하조대 해변으로 간다. 울창한 송림을 배경으로 약 4km에 걸친 백사장은 길고 아름답다. 이곳 한 켠에 국내 유일의 서핑전용 해변인 서피비치가 있다. 서퍼들만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서피비치는 1㎞에 달하는 넓은 해변을 갖추고 있고 서핑 후 다양한 공연과 축제,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텅텅 빈 해변엔 서퍼들뿐이었지만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 여행객들이 찾아 해변은 살이 있는 듯 생동감이 넘쳐났다. 아이들은 모래장난에 푹 빠져 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차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백사장을 걷는 연인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나들이에 웃음꽃이 만발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다 씻어내는 듯하다.
◇양양의 대표 명소 낙산사와 고래사냥 촬영지 남애항
쪽빛 하늘아래 자리한 낙산사에 오른다. 낙산사는 신라 화엄종을 일으킨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만나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양양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지만 여러 번 들러도 질리지 않는다. 낙산사는 그동안 수난을 많이 당했다. 소실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전란을 거치며 수차례 파괴와 복원이 되풀이 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산불로 원통보전을 비롯한 전각들이 다 불타기도 했다. 국보였던 동종까지 녹아 내렸다. 두 차례에 걸쳐 발굴과 복원이 이뤄졌고, 조선 정조 때의 김홍도가 그린 18세기 후반의 옛 모습 그대로를 되찾았다.
의상대사를 기리기 위해 1925년 바닷가 바위벼랑에 세운 의상대와 주위에 똬리를 틀고 자란 소나무는 운치있다. 의상대는 그 안에 들어 바깥을 보는 풍경도 물러서서 배경이 돼서 스스로 경관이 되는 모습도 훌륭하다.
의상대사가 파랑새를 쫓아 석굴 앞 바위에서 기도하다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웠다는 홍련암은 2005년에 바로 앞의 요사채가 전소됐음에도 다행히 무사했다. 홍련암 앞의 손바닥만 한 마당이 일출명소로 꼽힌다. 여기 서면 의상대가 올라선 벼랑을 근경(近景)으로 두고 멀리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만날 수 있다. 억센 바닷바람에 풍경 소리가 요란하다.
낙산사 옆 물치해변은 주차장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서 접근성으로만 따지면 바다에서 가장 가깝다. 양양을 대표하는 송이버섯 모양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수평선과 하나다. 아무렇게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예쁘다.
양양의 최남단에 있는 남애항도 가보자. 새벽 조업을 마친 고깃배가 거울처럼 매끄러운 수면에 비친 모습은 평화롭다.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라지만 번잡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등대로 연결되는 방파제 초입의 자그만 봉우리는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출연한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다.
작은 봉우리에는 바닥에 투명유리를 깐 남애전망대가 있다. 크지 않지만 전방과 좌우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만큼은 넓고 시원하다.
양양=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약 3시간이면 동해바다에 닿는다. 양양IC를 나오면 하조대와 낙산사 모두 10여분 거리에 있다. 7번 국도여행을 한다면 물치항에서 시작해 남애항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인근에 강릉 주문진항이 있어 둘러보고 동해고속도로와 강릉-서울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귀가하면 된다.
△먹거리=한계령 아래 범부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메밀껍질이 촘촘히 막힌 거친 면발의 막국수다. 투박하지만 먹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호해변 오산횟집은 섭조개로 끓여 낸 섭국이 별미다. 미나리와 부추, 양파에 밀가루를 버무려 옷을 입힌 뒤 끓는 국물에 넣어 걸쭉하게 낸다. 물치항, 하조대, 수산항, 기사문항, 남애항 등에 횟집들이 모여 있는데 메뉴는 비슷하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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